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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 8점
데이브 후버 & 애디웨일 오시나이 지음, 강중빈 옮김/인사이트

나는 6년동안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두명의 멘토를 만났다.

첫번째 멘토는 지금은 절친한 내 친구이자 대학 동기이다.
2004년도 이 맘 때, 복학해서 아무 것도 모른채로 연구실 문을 두드려서 무작정 받아달라고 들어간 그 곳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는 몇일 동안이나 연결리스트를 이해 못해서 상심하던 내 옆에 앉아서 코드를 작성하는 법을 차근 차근 가르쳐 주었는데, 지금도 그 때가 너무 고마워서 그를 만나 술을 마실 때면 항상 그 때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두번째 멘토는 회사에 들어와서 만났다.
처음 그와 대화 했을 때 나는 그가 똑똑하다는 것은 알수 있었지만, 코드는 별로 짜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좀 지나서 언젠가 그가 내 옆에 앉아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보고는 내가 그동안 크게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말이 별로 없고 남들 앞에 잘 나서지 않는 타입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얼마나 똑똑한지 잘 모르고 있지만, 나는 그가 우리 회사 최고의 프로그래머임을 확신한다.
내가 지금 아는 것의 팔할은 그에게 배웠으며 아직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두 명의 멘토가 떠올랐는데, 이 글로나마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행운도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행운만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메일을 보내 누군가에게 멘토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 사람의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매일 아침에 만나서 잠시 대화를 해주겠다는 것 아닌가.
물론 이렇게 착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시도 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행운이 굴러 들어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이 방구석에만 있으면서 여자친구가 생기기를 바라는 오덕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책의 많은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너무도 당연해서 별로 감흥이 없는 조언도 많이 있었다.

  •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
  • 열정을 키워라
  • 주변을 당신보다 뛰어난 개발자들로 채워라.
  • 일하면서 성찰하라.

이런 조언들은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하는 그 어떤 견습생이라도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다.

책을 읽는동안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라는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내 생각에는 이 책보다는 실용주의 프로그래머가 견습생들에게 훨씬 더 가치 있고 읽을 만한 책이다.
기술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는 조금만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줬으면 좋았겠지만 이 책에서는 아쉽게도 그런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가볍게 머리 식힐 생각으로 읽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