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Log

이제는 작은 것이 큰 것이다 - 10점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재인
내가 세스 고딘을 알게 된 것은 2008년 봄 쯤이다.
당시에 회사에서 그가 쓴 퍼플카우라는 원서로 영어스터디를 했었는데, 온라인에서는 어디서도 팔지 않던 그 빌어먹을 책을 구하기 위해 서점들에 전화해보다가 잠실에 있는 교보문고에 딱 한권 있다고 해서 바로 달려 가서 사왔던 기억이 난다. 비록 그 책은 내 부족한 영어실력 탓에 몇일 지나지않아 책장에 쳐박혀 버렸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책의 번역서인 '보랏빛 소가 온다'를 구해서 읽어본 이후에 나는 그의 리마커블한 생각들과 통찰력, 그리고 유머 감각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 후로 한동안 이 빡빡이를 잊고 살다가 도서관 신간 목록에서 반가운 이름을 보고는 이 책을 집어들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그가 들려주는 짧은 토막 이야기들의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마도 블로그에서 써온 글들을 추려서 낸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에서도 역시 리마커블한 아이디어와, 가장 위험한 길이 안전한 길이라는 그의 주장은 계속된다. 그는 특히 변화에 대해 강조하는데, 우리가 리마커블해지기 위해서는 변화 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 많은 예 중 하나로, 그는 필기체가 21세기에는 근본적으로 쓸모없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학교 교과과정에서 타이핑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필기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느리게 변화하는 조직에 대해 꼬집는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학교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는 문득 국민학교 4학년 때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네모난 바둑판 공책에 글씨 숙제를 열심히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 숙제는 모든 초등학생들의 전통이었고, 또한 나는 여전히 예쁜 글씨를 쓰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그 숙제를 내줬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며 계속 책을 읽었다.
책 뒷쪽에 가서 이 빡빡이는 그런 내 생각이 왜 틀렸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전통에 의지하면서 언제나 해왔던 대로 행동한다. 그것이 쉽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 놈의 전통! 중에서

나는 전통이나 잡스런 추억에 빠져 현실을 올바른 시야로 바라보지 못한채 잘못 판단했던 것이다.

돌아보니 회사에서 하루에 볼펜을 드는 일이 거의 없었다. 보고서, 메일들이 모두 키보드를 통해서 입력된다. 내가 볼펜을 드는 일은 프로그램을 설계를 하면서 끄적이는 메모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낙서를 하는 것 정도? 아, 영어 공부를 할 때도 쓰긴 한다.

조금 더 지나면 초중고생들이 넷북을 들고 다니며 필기하는 세상이 올텐데도, 우리가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모두 이 전통 탓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세스 고딘이 제안하는 훈련 방식이 있다. 늘 하던 일을 조금 다르게 함으로써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는데 이 책에서 그는 이것을 '줌'이라고 부른다.

1. 오늘 저녁 식사로 이제껏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내일 저녁에는 또 다른 음식을 먹어본다.
2. 내일 출근길에는 평소에 싫어했거나 생소한 장르의 CD를 듣는다.
3. 매주 새로운 잡지를 한 권씩 읽는다.
4. 일주일에 한 번, 당신의 전문 분야와 무관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여태껏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주제의 박람회에 간다.
5. 사무실 자리배치를 바꾼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기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똑딱이 포토그래퍼다 -안태영 저  (0) 2010.10.10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5) 2010.02.13
천년의 금서 -김진명  (1) 2009.07.05
러프 -아다치미츠루  (7) 2009.06.26
퇴근 후 3시간 -니시무라 아키라  (2) 2009.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