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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만 해도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하면 내 소중한 정보들을 남의 손에 맡겨놓은 것 같아 불안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진짜 중요한 자료들은 하드 디스크에 보관하고 혹시라도 남이 훔쳐봐도 괜찮을만한 자료들만 클라우드에 보관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첫번째 계기는 작년 언젠가 여자친구가 우리 집에 처음으로 놀러왔을 때였다.
내 컴퓨터에는 15년 동안 쓴 일기가 있고 이전에 만났던 애인들과 찍은 사진 등 여자친구에게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많은 기록들이 들어있었는데 혹시나 그 파일들을 찾아서 열어보는 것은 아닐까. 나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좀처럼 옆자리를 떠나지를 못하고 힐끔힐끔 쳐다보며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문득 전화해서는 하드 디스크가 고장났는데 어떻게 하면 살릴수 있느냐고 절절하게 물어보던 많은 친구들은 내 그런 생각을 굳히게된 또 다른 계기였다.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공간에서 아끼던 데이터가 몽땅 날라갔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을 최근 1년여 동안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모르겠다.

클라우드는 생각보다 더 안전하다.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파일이 깨져버릴 수 있고 해킹당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직원이 내 소중한 자료를 훔쳐볼 수도 있으며, 몇 일 접속 안한 사이에 서비스가 백업도 안해준채로 쫄딱 망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확률보다는 로컬의 파일 시스템이 깨진다거나 하드디스크가 물리적으로 망가져버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 CD 같은 매체는 말할 것도 없다. 하드 디스크보다 고장도 훨씬 잘나는데다가 대청소를 하거나 집을 이사라도 하다가 별 것아닌 옛날 CD인지 알고 버리고 가면 어쩔 것인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으면 차라리 나은데 누군가 주워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끔찍하다.

사용자의 실수로 데이터를 날려먹는 일도 많다.
컴퓨터를 새로 깐다고 포맷하다가 C:에 남아있던 데이터들을 실수로 날려먹는 일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봤을 것이다. 파일 버전 관리 기능을 지원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이런 데이터들도 잘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소중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1순위 데이터였던 내 일기마저 클라우드로 옮기고 난 후, 정기적으로 백업해야 했던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되어 몹시 후련하다. 꼭 집에서만 일기를 쓸 필요도 없어진 것은 약간의 덤이다.

물론 클라우드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면 최대한 신뢰할 수 있을만한 서비스를 골라서 써야한다.
클라우드 장사를 하는 곳들은 기술적인 면은 물론이고 믿을만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아가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구글이 가장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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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t 2011.06.15 15:37 신고 [edit/del]

    내 컴퓨터에는 15년 동안 쓴 일기가 있고 이전에 만났던 애인들과 찍은 사진 등 여자친구에게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많은 기록들이 들어있었는데 혹시나 그 파일들을 찾아서 열어보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을 통해 15년 동안 쓰여진 일기와, 전 여친들의 사진의 존재를 알리고 있군요.

    Reply
  2. Favicon of http://www.jayeth.net BlogIcon 곽재상 at 2011.07.11 18:20 신고 [edit/del]

    ㅋㅋㅋ 왠지 미소가 지어지는 포스팅이네요

    Reply
  3. BlogIcon joogunking at 2011.07.22 19:05 신고 [edit/del]

    안전한 것 물론 사실입니다. 헌데 예전 MNCast 폐업 때를 보면 안정적인 서비스를 골라 사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더군요. 백업을 지원해도 막상 하려면 여러가지 번거로운 과정이 있어서 그냥 날리는 경우가 많아요.

    Reply
    • Favicon of http://www.benjaminlog.com BlogIcon 김재호 at 2011.07.23 00:02 신고 [edit/del]

      예. 망하지 않을만한 좋은 서비스를 찾아서 사용해야겠죠. 최근에는 개방성에 대한 인식도 높고 백업 기술도 무척 좋아져서 앞으로 몇몇 서비스들은 다른 서비스로 쉽게 이사갈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4. 지나가다 at 2011.08.13 00:31 신고 [edit/del]

    남의 손에 보내느니 차라리 파기하겠소...

    Reply
    • Favicon of http://www.benjaminlog.com BlogIcon 김재호 at 2011.09.23 16:45 신고 [edit/del]

      데이터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돈도 남의 손에 맡기는데요. 직접 가지고 있는 것보다 안전하니깐.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생각이 바뀌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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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IT의 역사 - 10점
정지훈 지음/메디치

블로그 글들을 자주 읽는다면 하이컨셉 & 하이터치 혹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IT 삼국지를 한번 쯤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하이컨셉 & 하이터치라는 블로그에서 연재되고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IT 삼국지란 글들을 모아서 발행한 책이다. 책을 출간하면서 이름이 '거의 모든 IT의 역사'라고 바뀌게 된 것 같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IT 삼국지'라는 제목이 이 책의 내용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지만 '거의 모든 IT의 역사'라는 제목도 아주 흥미롭고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도록 만든다.

위의 세 기업 말고도 IBM, 페이스북, 페이팔, 아마존, 트위터 등의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도 짬짬히 등장한다.
국내의 이야기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게리 킬달의 에피소드였다. 뛰어난 천재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밌다.
아래 링크에서 읽어볼 수 있다.
http://health20.kr/1524

폴 알렌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그의 이야기는 다른 블로그에서 더 재미있게 잘 다루었다.
폴 알렌의 놀라운 인생
MS 공동창업자 폴알렌 9조 6천억원을 날려버리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내용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위키피디아에서 대부분의 내용을 참고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주말동안 방구석에 누워서 이리 굴렀다 저리 굴렀다 하면서 편하게 읽었는데, 저자가 얼마나 많은 위키 페이지를 읽고서 정리했을까 상상하니 고마운 생각이 먼저 든다.

책을 읽는 중에 상당히 신선한 부분이 있었다.
이 책 여러 장에 걸쳐서 아래와 같은 QR코드를 볼 수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안써서 직접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웹페이지 URL을 담고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기존의 책들은 책에 URL을 직접 인쇄했었는데, 나는 독자로서 그것이 너무나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궁금한 내용은 키보드로 직접 쳐서 따라가보기도 했었는데(야만스럽게!), 이 책의 QR코드들을 보고 이제는 그런 짓을 안해도 되는구나 생각하니 너무나 기뻤다.
앞으로 나오는 많은 책들이 따라했으면 좋겠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블로그에서 아직 계속 연재중에 있고,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세 공룡들의 싸움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고 앞으로도 많은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게 될텐데, 꼭 2탄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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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혜민아빠 at 2011.01.23 23:14 신고 [edit/del]

    제목 정말 잘 지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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