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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에 다음에서 주최하는 devon 행사가 신도림에서 있었다.
김택진과 이재웅과 허진호 세 사람이 나온다길래 재밌겠다 하고 얼마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평일이라서 가지는 못했지만 오늘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나는 김택진이라는 사람이 개발자인지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 이 사람 때문에 너무 많이 놀랐다. 아래아 한글하고 한메타자를 개발했었다면 분명히 한 번 들어봤을 것 같은데 왜 이제까지 그걸 몰랐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 사람의 입에서 GitHub이나 stackoverflow.com 같은 단어가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 아직도 혼자 아이폰에 코딩을 하고 stackoverflow.com에서 질문 답변을 읽어보고 GitHub에서 코드를 받아서 돌려본다고 한다. 지금 현역에 있는 개발자들에게 GitHub이나 stackoverflow.com이 뭔지 아냐고 물어봐도 모른다고 대답할 사람들이 태반은 될텐데 말이다. 진행을 하던 김국현씨가 말했던 것 처럼 나 또한 참 많은 자극이 되었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번 devon 행사가 끝나고 중박 대박 이야기로 김택진씨가 사람들에게 나쁜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나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꼭 돈을 벌어야 행복한건가, 어떤 아이디어를 구현하면서 자신의 코드가 잘 돌아가는 것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면 그 또한 행복한 삶이고 성공한 것이다라는 류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가 말하는 동안 진정성이 느껴져서 내게는 너무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만약 개발자들이 그 말을 듣고 정말로 배신감에 몸서리쳤다면 그 또한 개발자 정신을 잃은 사람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다른 두 분의 이야기는 김택진씨보다는 그다지 인상깊지 못했지만 허진호씨가 말한 페이스북 CTO의 이야기는 정말 좋았다. 완전히 동감한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동영상을 직접 한번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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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IT의 역사 - 10점
정지훈 지음/메디치

블로그 글들을 자주 읽는다면 하이컨셉 & 하이터치 혹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IT 삼국지를 한번 쯤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하이컨셉 & 하이터치라는 블로그에서 연재되고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IT 삼국지란 글들을 모아서 발행한 책이다. 책을 출간하면서 이름이 '거의 모든 IT의 역사'라고 바뀌게 된 것 같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IT 삼국지'라는 제목이 이 책의 내용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지만 '거의 모든 IT의 역사'라는 제목도 아주 흥미롭고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도록 만든다.

위의 세 기업 말고도 IBM, 페이스북, 페이팔, 아마존, 트위터 등의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도 짬짬히 등장한다.
국내의 이야기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게리 킬달의 에피소드였다. 뛰어난 천재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밌다.
아래 링크에서 읽어볼 수 있다.
http://health20.kr/1524

폴 알렌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그의 이야기는 다른 블로그에서 더 재미있게 잘 다루었다.
폴 알렌의 놀라운 인생
MS 공동창업자 폴알렌 9조 6천억원을 날려버리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내용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위키피디아에서 대부분의 내용을 참고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주말동안 방구석에 누워서 이리 굴렀다 저리 굴렀다 하면서 편하게 읽었는데, 저자가 얼마나 많은 위키 페이지를 읽고서 정리했을까 상상하니 고마운 생각이 먼저 든다.

책을 읽는 중에 상당히 신선한 부분이 있었다.
이 책 여러 장에 걸쳐서 아래와 같은 QR코드를 볼 수 있다.

나는 스마트폰을 안써서 직접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웹페이지 URL을 담고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기존의 책들은 책에 URL을 직접 인쇄했었는데, 나는 독자로서 그것이 너무나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궁금한 내용은 키보드로 직접 쳐서 따라가보기도 했었는데(야만스럽게!), 이 책의 QR코드들을 보고 이제는 그런 짓을 안해도 되는구나 생각하니 너무나 기뻤다.
앞으로 나오는 많은 책들이 따라했으면 좋겠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블로그에서 아직 계속 연재중에 있고,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세 공룡들의 싸움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고 앞으로도 많은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게 될텐데, 꼭 2탄이 나오기를 바란다.
아직 못 다한 인터넷 이야기 - 8점
김태규 지음/성안당

올해 초에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제목과 목차를 살펴보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도서관에 신청해두었는데 이제야 보게되었다.
사실 나는 90년대와 2000대 초반의 국내 인터넷 기술과 사업들이 어떻게 성공했고 또 망했는지 다루는 책을 기대한 것이었지만, 그런 내용들보다는 구글과 네이버 같은 회사들의 웹2.0 -이제는 식상하기까지한- 이야기가 더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물론 내가 원했던 내용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판도라TV나 새롬의 다이얼패드 그리고 싸이월드의 이야기 등은 아주 유익하게 읽었다. 나는 2003년 12월에 제대했는데, 바깥 세상에 나와서 싸이월드 신드롬에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국내에서조차 싸이월드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지만.

또 이 책에서 웹2.0식 대출이라는 재밌는 아이디어와 팝펀딩이라는 국내 사이트도 알게되었다.
돈을 은행에서 빌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P2P처럼- 소액을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빌려서 목돈을 구하는 방식인데, 상환율이 95%를 상회한다고 한다.
진짜 95%정도 될까 궁금해서 나도 한 5만원쯤 버리는 셈치고 투자해볼까 하고 들어가봤는데 웹사이트에 '신뢰할 수 없음' 이라고 써있는 것 같아서 잠깐 둘러보다가 관뒀다.
언제부턴가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팝업창이 튀어나온다거나 아무짓도 안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액티브엑스를 설치하라고 한다거나, 회원가입시에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사이트는 죄다 벌레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가입하기만하면 내 개인정보가 디지털 세상의 온 뒷골목에 다 복사되어 다닐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내가 너무 예민한걸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게다.

구글의 유투브는 이 책이 나왔을 당시인 1년전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수익을 낼 방법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유투브가 어떤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낼지는 정말 궁금한 부분이다. 물론 판도라TV 처럼 앞뒤로 광고를 쑤셔넣는 중국식 수법은 쓰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럼 이 책에서 그 답을 가르쳐주느냐 하면 대답은 '아니오'이다. 그건 시간이 가르쳐준다고 하니 좀 기다려보자.
궁금해 죽겠지만 어쩌겠는가. 짱구를 암만 굴려봐도 모르겠는걸.
아래는 어느 한국인 구글러의 블로그 주소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훌륭한 통찰력과 사고방식들을 배울 수 있다.
http://www.mickeykim.com/

이 책에서는 정치 얘기도 많이 나온다. 책 서문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이 IT 산업을 10년동안 일구어놨는데, 이명박이 다 망쳐먹고 있다고 너무 감정적으로 글을 써놔서 좀 놀랐다.
나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책 후반부에는 기술보다는 정치적인 얘기로 가득차 있어서 조금 지루하고 슬쩍 짜증도 났다.
뭐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깐.

책은 전체적으로 아주 재미있고 기자가 쓴 글인만큼 문장이 좋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기사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 인용한 부분의 전체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소스를 같이 제공해주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다. 찾아보고 싶은 부분도 많았었는데.
e-book은 아직 한번도 구입해본 적이 없지만, 뭔가 부분을 인용할 때 전체 내용을 찾아갈 수 있는 하이퍼링크를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 독자가 쉽게 따라가볼 수 있도록 말이다.
꼭 e-book이 아니더라도 책을 쓸 때 참고한 url을 잘 모아두기만 하면 나중에 책에도 넣고 동시에 출판사 홈페이지에 올려서 -손으로 타이핑해서 찾아 가라고 할순 없으니깐- 독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주면 좋을텐데.

아참 책 중 너무 웃긴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검색엔진 빙이 출시된 이후 가장 큰 이득을 본 국내 회사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가?
http://www.bing.co.kr

실로 아름다운 도메인이다.